[의학신문·일간보사] 비만대사수술(일명 당뇨수술)은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체중 감량과 대사질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수술이다. 비만대사수술은 위의 크기를 줄이고, 음식물이 내려가는 길을 우회시켜, 소화 흡수 과정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거나 대사효율을 조정하는 수술인데, 가장 널리 시행되는 수술로는 위소매절제술과 루와이위우회술 등이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고도비만 환자의 체중 감소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 개선, 혈당 개선, 혈압 감소, 심혈관 건강 개선 등에 큰 효과를 보인다. 체중이 감소하고 인슐린 민감성이 개선되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비만대사수술을 통해 기존 약물이나 인슐린 치료 없이도 혈당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사례가 매우 많다.
그런데, 비만대사수술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매일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 치료에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일까.
정답은 “아닙니다”이다. 사실 비만대사수술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체중 감소, 대사 개선, 그리고 동반 질환 완화 등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효과에서 비롯된다.
◆체중 감소를 통한 혈당 조절 효과 증대=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으므로 외부에서 인슐린을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체중이 증가할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필요한 인슐린 용량도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혈당 조절이 더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고용량 인슐린 사용으로 인해 체중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반면 비만대사수술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완화되며, 이는 혈당 변동성을 줄이고, 필요 인슐린 용량을 감소시키며, 혈당 조절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체중 감소는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대사 개선 효과=비만대사수술의 또 다른 장점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 외에 대사적인 변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즉, 이 수술 후에는 우리 몸속 호르몬 분비가 변화하며, 특히 장에서 분비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과 같은 인크레틴 호르몬이 활성화 된다. 참고로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생산 능력이 없지만, 비만대사수술 후 활성화되는 GLP-1의 작용은 인슐린 요구량 감소와 혈당 변동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혈당이 보다 안정적으로 조절되고, 장기적인 혈당 관리가 쉬워지는 것이다.
◆동반 질환의 완화=비만은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관절염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이 동반 질환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당뇨병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만대사수술은 체중 감소를 통해 이 동반 질환을 완화시키거나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면무호흡증이 완화되면 숙면을 취할 수 있어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개선되고, 이는 혈당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개념이다.
◆심혈관 건강 개선=비만과 제1형 당뇨병은 모두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비만대사수술 후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은 심혈관계 부담을 줄이고,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심혈관계 합병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심혈관 건강이 개선되면 당뇨병 환자들의 전체적인 예후가 향상된다.
◆삶의 질 향상=비만은 신체적 부담 뿐만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감도 유발한다. 때문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이 비만대사수술을 통해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을 경험하면, 자신감과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됨을 경험한다. 이는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고, 건강 관리에 대한 동기 부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비만대사수술은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이 고도비만(체질량지수, BMI 35 이상) 또는 BMI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저환기 증후군, 수면무호흡증 등 대사질환을 동반한 환자, 그리고 BMI 27 이상이면서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급여화만 이뤄졌다. 때문에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이 수술을 받는 것은 현행 급여기준 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 상 제1형 당뇨병 환자라도 비만 관련 수술 적응증을 충족할 경우에는(즉, BMI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저환기 증후군, 수면무호흡증 등 질환을 동반한 경우, BMI 35 이상으로 단순 고도비만인 경우 등) 비만대사수술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에 있어 유의미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은 반드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만대사수술은 제1형 당뇨병 환자분들에게도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 건강보험 상 제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급여화하는 것은 아직 요원하며, 더 많은 연구와 논의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만약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이 비만대사수술 가능성을 검토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여, 적응증 여부와 현행 제도의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치료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의료계와 정책 당국의 협력이 이루어져, 비만대사수술이 모든 당뇨병 환자분들에게 적합한 치료 옵션으로 공평하게 제공되기를 기대해 본다.
의학신문 김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