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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가스도 대변도 나오지 않아요" 과거 복부 수술이 남긴 장 폐색일 수 있습니다

2026-09-23 hit.22

<명의칼럼 | 전형진 원장>

 

배가 부풀고 가스가 안 나오면 장폐색일까?

배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르고, 며칠째 가스도 대변도 나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배가 간헐적으로 쥐어짜듯 아프다가 점차 구역질이 올라오고, 나중에는 물조차 넘기기 어려워진다. 이런 변화가 과거에 배를 수술한 적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났다면, 장이 물리적으로 막힌 상태를 먼저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복부 수술을 받은 뒤 장과 장, 장과 복벽이 서로 달라붙는 유착은 소장이 막히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장이 막혔다’고 해서 모두 같은 상태는 아니다. 장의 통로만 막힌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장으로 가는 혈류까지 차단된 경우도 있다. 어느 쪽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치료의 시급성과 방법이 달라진다.

 

과거 복부 수술이 왜 장을 막나요?

과거 복부 수술이 장을 막는 이유는 수술 부위가 아무는 과정에 있다. 수술 중 장을 다루거나 장이 공기에 닿는 시간이 길어지고 미세한 출혈이 생기면 복막 안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만들어진 섬유소가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굳으면서 장기끼리 달라붙는다. 이렇게 굳은 조직은 띠 모양을 이루어 장을 바깥에서 누르거나, 장이 그 띠를 축으로 뒤틀리게 만든다. 그 결과 음식물과 소화액이 지나갈 길이 완전히 닫힌다. 맹장 수술이나 담낭 절제술, 자궁 적출술처럼 배와 골반을 여는 수술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유착이 남을 수 있다.

특히 소장은 대장보다 굵기가 가늘고 길이가 길어 이런 압박에 더 쉽게 막힌다. 한 번 통로가 닫히면 위쪽에는 가스와 액체가 고여 장이 부풀고, 높아진 압력이 다시 장벽을 붓게 만들어 막힌 부분이 더 단단해진다.

 

혈류까지 막힌 장폐색은 무엇이 다른가?

혈류까지 막힌 폐색은 통증의 성격부터 다르다. 통로만 닫힌 상태에서는 배가 간헐적으로 아프다가 잦아들기를 되풀이하지만, 장을 조이는 띠나 뒤틀림이 혈관까지 함께 눌러 조이면 통증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배를 살짝 눌러도 아프고, 눌렀던 손을 뗄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액 공급이 멈춘 장은 몇 시간 사이에 색이 변하면서 조직이 죽어 가는 괴사로 진행한다.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빠르게 오르거나 산소가 부족할 때 올라가는 수치가 함께 높아지면 이 단계를 의심하게 된다. 복부 CT에서 장벽이 두꺼워지거나 장벽 안에 가스가 차는 모습, 조영이 되지 않는 구간 등이 확인된다면 장의 혈류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이러한 소견이 나타난 경우에는 단순히 경과를 지켜보기보다 신속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장폐색은 언제 수술해야 하나요?

수술 여부와 시점은 장이 얼마나 막혀 있는지, 혈류가 유지되고 있는지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장음이 들리고 통증이 조절되며 영상검사에서도 장이 완전히 막힌 상태가 아니라면, 우선 금식과 수액 치료를 하면서 코를 통해 관을 넣어 장에 고인 내용물과 가스를 빼내는 감압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만으로 장의 막힘이 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면 치료를 이어가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열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며 혈압이 떨어지는 등 상태가 악화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장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된 상태라면 치료가 늦어질수록 장 손상이 심해져 절제해야 하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수술에서는 먼저 장을 조이거나 막고 있는 원인을 제거해 눌린 장을 풀어 준다. 이후 장의 혈류가 회복되는지 확인하고, 이미 괴사가 진행돼 회복이 어려운 구간이 있다면 해당 부위를 절제한 뒤 건강한 장끼리 다시 연결한다.

 

치료를 미루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치료가 늦어지면 문제는 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장이 심하게 늘어나고 혈류가 떨어지면서 장벽의 방어 기능이 손상되면 장내 세균과 독소가 혈류로 퍼져 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구토가 반복되고 장 안에 많은 양의 수분이 고이면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심해지면 심장 박동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장을 많이 절제한 경우에는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장기간 정맥으로 영양을 공급해야 하는 부담이 남기도 한다.

수술 이후에는 새로운 유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수술 과정에서 유착 방지제를 사용하거나, 가능한 경우 복강경 수술을 통해 조직을 다루는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법 등이 활용되고 있다.

다시 처음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복부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 배가 심하게 부풀고 가스와 대변이 나오지 않으면서 구토까지 한다면 소화제를 먹으며 기다릴 상황은 아니다.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찾아 장폐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장의 혈류가 유지되는 단계에서는 감압 치료 등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혈류까지 차단돼 장이 손상되기 시작하면 응급수술과 장 절제가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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