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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예민한 체질이라서요" 과민성 장증후군은 유형에 따라 관리 방향이 달라집니다

2026-08-20 hit.28

<명의칼럼 | 정재화 진료원장>

배가 자주 아프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일이 반복되면, 대개는 장이 원래 예민한 체질이라고 여긴다.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배가 아팠던 기억까지 있으면 더 그렇게 여기게 된다. 검사를 받아도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체질이라는 생각은 더 확실해진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몇 달씩 반복되고 있다면 타고난 성질이 아니라 과민성 장증후군(IBS)일 수 있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대장에 궤양이나 종양 같은 구조적인 이상이 없는데도 복통이 반복되고 변의 형태나 배변 횟수가 달라지는 질환이다. 검사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눈에 보이는 병변이 원인이 아니라, 장이 움직이는 속도와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변화가 생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장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져, 작은 자극에도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장내 세균 구성의 변화, 과거에 앓았던 장염, 식사 습관,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등이 여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 방식도 다른 질환과는 조금 다르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특정 검사 수치로 확인되는 질환이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는 형태를 보고 판단한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복통이 배변과 함께 나타난다는 점이다. 화장실에 다녀오면 통증이 가벼워지거나, 배가 아프기 시작할 무렵 대변이 묽어지고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어나는 식이다. 이런 일이 최근 몇 달 사이 되풀이되고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다만 이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어서, 나이와 동반 증상에 따라 검사를 먼저 시행하기도 한다.

 

증상은 변의 형태를 기준으로 크게 세 갈래로 나눈다. 첫 번째는 설사가 주로 나타나는 유형이다. 갑작스러운 복통과 함께 묽은 변을 보고, 외출이나 이동 중에 화장실을 찾느라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변비가 주로 나타나는 유형이다. 며칠씩 배변이 어렵고 단단한 변을 보며, 다녀온 뒤에도 덜 본 듯한 느낌이 남는다. 세 번째는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는 혼합형이다. 어느 유형인지에 따라 조절해야 할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진료에서는 증상의 정도와 함께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확인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신호도 있다. 변에 피가 섞이거나 검은 변을 보는 경우,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가 이어지는 경우, 검사에서 빈혈 소견이 확인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밤에 자다가 복통이나 설사 때문에 깨는 증상도 그냥 넘기기 어렵다. 중년 이후에 없던 증상이 처음 시작된 경우, 가족 중에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신호가 함께 있다면 대장내시경을 비롯한 검사로 다른 원인을 먼저 확인한 뒤 관리 방향을 정하는 것이 순서다.

 

관리는 대개 생활 조정에서 시작한다.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나눠 먹는 편이 도움이 된다. 기름진 음식과 술, 카페인, 탄산음료처럼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은 줄여보고 몸의 반응을 살핀다. 장에서 발효되기 쉬운 당류를 줄이는 식사법(저포드맵 식사)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 식사법은 평생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음식을 일정 기간 줄였다가 하나씩 다시 먹어 보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생활 조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면 상태에 맞춰 약을 함께 쓴다. 변비가 주된 경우에는 변을 부드럽게 하고 배변을 돕는 약을, 설사가 주된 경우에는 장의 운동을 늦추는 약을, 복통이 주된 경우에는 장의 경련을 줄이는 약을 고려한다. 증상이 오래 이어지면서 수면이나 기분 변화가 함께 있는 경우에는 신경 전달을 조절하는 약을 낮은 용량으로 병행하기도 한다. 어떤 조합이 맞는지는 증상의 형태와 심한 정도, 이미 복용 중인 다른 약을 함께 고려해 정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오래 이어지더라도 대장을 망가뜨리거나 암으로 이어지는 질환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더 참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약속 장소를 정할 때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하게 되고, 먹고 싶은 음식도 배가 아플까 봐 피하게 된다면 한 번쯤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예민한 체질이라 여기며 지내온 증상에도 유형이 있고, 유형에 따라 조절할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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