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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병이라 방심하기 쉬운 맹장염, 충수염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2026-08-03 hit.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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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 전형진 원장> 골든타임이라는 말은 흔히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처럼 촌각을 다투는 병에만 해당한다고 여기기 쉽다. 반면 맹장염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흔한 병이고, 수술만 받으면 금방 낫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배가 아파도 체한 것으로 여기고 하루 이틀 버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급성 충수염, 흔히 맹장염이라 부르는 이 질환에도 분명한 골든타임이 있다.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복막염이나 패혈증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름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장이 끝나고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에 맹장(막창자)이 있고, 그 끝에 가느다란 충수(막창자꼬리)가 붙어 있다. 우리가 흔히 맹장염이라 부르는 병은 사실 이 충수에 염증이 생긴 충수염이다. 염증이 주변 맹장까지 퍼질 수 있어 오랫동안 맹장염으로 불려 왔을 뿐, 정확한 이름은 충수염이다. 충수 입구가 막히면 내부에서 세균이 증식하고 압력이 높아지는데, 이 상태가 이어지면 충수 벽이 손상되고 결국 구멍이 뚫리는 천공으로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소화 불량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속이 메스껍고 체한 듯한 느낌이 들어 소화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후 명치나 배꼽 주변이 아프다가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로 옮겨 가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복통이 여러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계속되거나, 열이 함께 나면서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뚜렷해진다면 충수염을 의심하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수염은 증상이 시작된 뒤 하루에서 이틀 사이가 중요한 시기로, 이 시기를 넘기면 충수가 터질 위험이 높아진다.
진단은 여러 방법을 함께 활용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의사가 손으로 배를 눌러 보는 촉진이다. 충수가 있는 오른쪽 아랫배를 눌렀을 때 아프고, 눌렀던 손을 뗄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이 특징적인 소견이다. 여기에 혈액 검사로 염증 정도를 확인하고, 복부 CT나 초음파 검사로 충수의 상태와 천공·농양 동반 여부를 살핀다. 이런 검사들을 종합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게 된다.
충수염의 표준 치료는 수술이다. 예전에는 배를 직접 열어 충수를 제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복강경 수술로 진행한다. 복강경 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아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른 편이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어느 범위까지 수술할지는 염증의 정도와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수술 방법 자체보다 치료 시기다. 골든타임을 놓쳐 충수가 터진 뒤에는 같은 병이라도 치료가 훨씬 까다로워진다.
충수가 터지면 그 주변에 고름이 고이는 농양이 생기고, 고름이 배 안 전체로 퍼지면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복막염까지 진행하면 수술 범위가 커지고 회복 기간도 길어지며, 수술 후 패혈증이나 장이 서로 들러붙는 유착 같은 합병증이 뒤따를 수 있다.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간단히 끝날 수 있는 병이, 시기를 놓치는 것만으로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충수염은 뚜렷한 예방법이 없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병이다. 배가 아픈 것을 단순히 체한 것으로만 여기고 참기보다, 통증이 여러 시간 이어지거나 오른쪽 아랫배로 옮겨 간다면 그때는 미루지 말고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는 편이 안전하다. 충수염에서 예후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는 결국 ‘얼마나 빨리 병원에 도착하는가’ 이기 때문에 이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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