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 신정 원장>
건강검진 결과지에 "헬리코박터균 양성"이라는 말이 적혀 있으면, 많은 사람이 곧바로 위암을 떠올린다. 위에 세균이 산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는 데다, 그 세균이 암과 관련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과지를 받아 든 순간부터 불안이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이 확인됐다고 해서 그것이 곧 위암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균이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병이 생기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며, 중요한 것은 그다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먼저 알아둘 점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생각보다 흔하다는 것이다. 이 균은 위 점막에 자리 잡고 사는 세균으로, 국내 성인 가운데 상당수가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어린 시절에 감염되며,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음식이나 식기를 함께 쓰는 과정을 통해 옮겨갈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렇다 보니 부모나 형제가 감염된 경우 함께 확인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감염 자체가 특별하거나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왜 신경 써야 할까. 헬리코박터균은 오랜 기간 위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고, 일부에서는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위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분류되어 있다. 다만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감염된 사람 대부분은 평생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며, 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그중 일부에 그친다. 균이 있다는 것은 위험을 '조금 더 안고 있다'는 의미일 뿐, 암이 예정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도, 반대로 완전히 무시할 이유도 없다.
또 하나 흔한 오해는 "증상이 없으니 괜찮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감염자 상당수는 뚜렷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속쓰림이나 더부룩함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 불편 없이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증상만으로 감염 여부나 위험도를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균이 없는 것도, 관리가 필요 없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속이 불편하다고 해서 그 원인이 모두 헬리코박터인 것도 아니어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균이 확인됐다면 없애는 치료, 즉 제균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제균은 여러 약을 일정 기간 함께 복용해 위 속 세균을 없애는 방식이다. 궤양이 있거나, 가족 중에 위암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 위 점막에 변화가 동반된 경우 등에는 제균을 권하는 일이 많고, 최근에는 그 대상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다만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나이와 전반적인 건강 상태, 다른 약 복용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해 결정한다. 한 가지 기억할 점은, 제균 치료 후에는 균이 실제로 없어졌는지 확인하는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번의 치료로 균이 다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결과에 따라 추가 치료를 하기도 한다.
치료가 끝났다고 관리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드물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감염될 수 있고, 위 점막에 이미 변화가 있었던 경우에는 제균 이후에도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위암 발생률이 높은 편인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헬리코박터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나이 이후에는 정기 검진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균은 위험을 낮추는 하나의 과정일 뿐, 정기 검진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결국 헬리코박터균이 나왔다는 결과 한 줄에 지나치게 놀랄 필요는 없다. 균이 있다고 곧 위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겨도 되는 것도 아니다. 발견됐다면 본인의 상태에서 제균이 필요한지, 앞으로 어떤 간격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은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결과지를 받아 들고 덜컥 겁이 났다면, 그 걱정의 상당 부분은 정확한 설명 한 번으로 덜어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내 상태에 맞는 다음 한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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