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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에서 피가 나는데, 치질이겠죠?" 출혈만으로 치질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2026-06-29 hit.112

<명의칼럼 | 성종제 원장>


배변 후 휴지에 붉은 피가 묻거나 변기 안이 붉게 물드는 일을 겪으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이 "치질이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부끄러운 마음에 병원 찾기를 미룬다. 실제로 치질(치핵)은 성인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라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항문에서 나타나는 출혈이나 불편한 증상이 모두 치질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흔한 증상일수록 한 번쯤 정확히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치핵은 흔히 치질이라고 부르는 질환으로, 항문 안쪽에 원래 존재하는 혈관과 점막 조직(항문쿠션)이 늘어나고 부풀어 생긴다. 이 조직은 배변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상 구조인데, 오래 힘을 주거나 변비, 임신 등으로 압력이 반복되면 점차 늘어나면서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치핵은 생기는 위치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항문 안쪽 점막에 생기는 내치핵과 항문 바깥쪽 피부 가까이에 생기는 외치핵이다. 두 종류는 위치가 다른 만큼 나타나는 증상에도 차이가 있다.


내치핵은 대체로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고, 배변 시 밝고 붉은 피가 비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증상이 진행되면 배변할 때 항문 밖으로 조직이 빠져나오는 탈출이 동반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저절로 들어가다가, 점차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거나 그조차 어려운 단계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처럼 탈출 정도에 따라 단계를 나누지만, 단계가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환자가 느끼는 불편의 정도와 함께 판단한다. 반면 외치핵은 항문 주변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그 안에 혈전(피떡)이 생기면 갑작스럽고 심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병원을 찾아야 할까. 배변 시 출혈이 반복되거나, 항문 밖으로 무언가 만져지고 빠져나오는 느낌이 지속되는 경우, 또는 통증이 심해 일상이 불편한 경우에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항문 출혈을 무조건 치질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장 용종이나 염증성 장질환, 드물게는 대장암에서도 비슷한 출혈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와 다른 배변 습관의 변화, 가늘어진 변, 체중 감소, 빈혈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치질로 보기 어려운 만큼 대장 검사를 포함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섬유질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오래 힘을 주지 않는 올바른 배변 습관을 들이는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따뜻한 물에 항문을 담그는 좌욕이나 연고·먹는 약 등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무밴드로 늘어난 조직을 묶어 떨어뜨리는 비수술적 방법을 고려할 수 있고, 증상이 심하거나 탈출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늘어난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다만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는 치핵의 종류와 증상의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치질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오래 방치하면 불편이 커질 수 있다. 출혈이 반복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빈혈이 생길 수 있고, 탈출된 조직이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끼이거나, 외치핵에 혈전이 생겨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출혈을 단순 치질로 여기고 넘기는 사이에 다른 항문·대장 질환을 놓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증상이 가볍더라도 한 번쯤 정확히 확인하고 원인을 구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질 치료는 정답이 하나로 정해진 질환이 아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치핵의 종류와 진행 정도, 환자의 생활 습관과 전신 상태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또는 흔한 증상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항문 출혈이나 불편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외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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